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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둔 맘 공허한 잔소리

편견에 대한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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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초 Bcho-

어릴 적 동네 끝자락 전파사 가게 뒤편에 비가 오던 날이었다.
전파사 뒷문 앞에 있던 하수구 조금 옆에 아주 작은 생쥐 한 마리가 오들오들 떨면서 비를 맞고 있었다.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도록 눈도 피하지 않고 나를 보고 있었다.
내 어린 새끼손톱보다 작은 앞발을 떨면서 그렇게 나를 보고 있었다.

어린것이 왜 이리 생각이 많았을까. 집에 데려와 키울 생각도 하다가 쥐는 병균이 많아 만지면 안 돼. 번식력이 좋아서 엄청 엄청 불어날 거야. 이미 엄마한테 어떻게 혼날지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살짝 무릎을 굽혀 고개를 숙이고 그 작은 생쥐와 눈을 몇 초간 마주치다 그렇게 지나쳤다.

몇십 년도 훌쩍 지난 일인데 아직도 그 생쥐가 떠올라.
난 왜 도와주지 못했을까. 내가 손해 볼 것 같았을까, 나 때문에 쥐들의 소굴이 될 것 같았던 건가.
그냥 작은 박스라도 놔주면 되는 일을 다가서면 큰일이 닥칠 것처럼 생각했다.

도움을 줄 것처럼 다가갔다가 지나친 나를 보던 생쥐는 어떤 걸 배우게 됐을까.
나는 그것이 그 어릴 때가 마지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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