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비초 Bcho-
짐이 가득 실린 수레는 조심히, 천천히, 묵직함을 이끌고 가지만, 결국 타인들의 시선을 주목하고 신경을 곤두세우게 하는 것은 빈 수레의 시끄런 요란함이다.
여러 대의 빈수레가 요란하게 떠들면 어떤 짐이 실린지도 모른 채 시야에서 멀어지는 수레가 있다. 빈 수레는 더욱 요란하기 위해 수레를 더 치밀하게 개조한다.
오죽 싣을것이 없으니 저리도 요란한가, 측은함을 자아내기도 하고, 대체 왜 저러는가, 관심을 유발하기도 하고, 수레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걱정을 불러오기도 한다.
짐이 가득 실린 수레가 돌뿌리에 걸려 덜컹하는 순간, 얼씨구 그렇게 밖에 못 끌 거면 짐보따리 다 내려놔라 성화다. 하지만 가던 길을 갈 뿐.
요란함에 예민해진 사람들은 돌뿌리를 미리 치우면서 끌지 않는 묵직한 수레를 탓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의 조언을 귀 기울이지 않느냐, 시키기 시작한다. 도대체 그 짐들이 뭐길래!, 카더라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가던 길을 갈 뿐.
그리고 빈수레는 잠시 멈춘다.
[어둔 맘 공허한 잔소리/거북한 밤] - 사포나라의 성냥개비
반응형
'생각서랍'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s 봄꽃 바이러스 (25) | 2020.04.0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