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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지옥 비초(Bcho) 네 시선이 파헤치는 나의 모습은 역겹고 속을 꿀렁이게 만든다 네가 생각한 나의 모습을 어떻게든 끼워 맞추려 소름 끼치게 찌른다 너란 사람의 의도가 고스란히 전해져 내 안은 을씨년스럽다 그렇게 우월감에 고취된 일상을 살아왔을 너란 사람이 징그럽고 끈적거린다 타인을 짓밟고 우습게 만들어 웃음 짓는 네게 먹잇감을 선사한다 날파리처럼 앵앵 날아다니는 너에게만 느껴지는 달콤한 향을 흘려보낸다 우월감에 성충이 된 너의 기괴한 더듬이는 어디서든 날 감지하게 된다 여러 모습을 하고 있을 너란 사람은 모두 같은 결의 더듬이를 지녀서 스스로와 꼭 들어맞을 곳을 찾아내 파헤친다 구더기를 일찍이 밟아 죽이지 못하는 게 나라, 몸서리치면서도 기다린다 네가 망가뜨려 놓은 나의 모습이 네게 되돌아갈 때까지 네가 만..
건조한 날의 일기 비초(Bcho) 어느 해 11월 버스를 타고 고가도로 밑을 지날 때였다. 고가 사이사이 가을 햇뉘가 새어 앉아 시멘트 덩이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도로공사를 하는지 먼지 송이가 버스 밖을 감싸기 시작했고 그 시간을 방해받게 되었다. 먼지가 왜 저리도 떠다니는 건지, 왜 이리 떠다니게 만드는 건지, 약간의 언짢음을 갖고 변해가는 창밖 배경들을 바라보다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이 내가 본 그 해 첫눈이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의 상징이, 존재가 머릿속에 사라져있었다. 눈이 메마르는 지도 모르고 멍하게 밖을 보다 천천히 눈꺼풀을 깜빡였다. 실소가 딸꾹질처럼 흘러나왔다. 겨울의 문턱 그 즈음 날 나는 내 일상을 깨달았다.
바람 비초(Bcho) 나는 바람입니다 모든 걸 날려 버릴 큰 바람이 지나간 자리 이름 모를 풀들을 팔랑이메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 스쳐지날 것처럼 사방을 지나치다 사라져 버린 듯 느껴온 그때에 당신의 머리카락을 살랑입니다 나는 바람입니다 어디에도 머물지 않은 채 여전히 그 자리입니다 그대 곁에서 나는 자유롭습니다 그대는 하늘입니다
나를 발휘하는 것에대한 일기 -비초 Bcho- 주어진 데로 사는 인생을 누군가는 수동적이고 노예근성이라 말했다. 선택을 두려워하고 시키는 데로 길들여진 것이라 했다. 좋지 않은 단어와 영향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것들에 만족하며 사는 것이 정말로 그러한가. 생각과 길은 모두 맹목적으로 같은 한 길을 가는 건가. 나는 복잡하게 얽혀있다. 여러 가지가 끼워 맞춰져서 이루어졌다. 나에게 반쪽만 쥐어줘도 만족한다. 그것이 공정한가 아닌가는 상관 없다. 오히려 기저에 '그정도'라도 '나는 자신 있다'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나는 나에게 흐르는데로 다가오는 모든 일들이 재밌다. 인생이란 말보다 세월이란 말이 재밌다. 세월은 모든 뭐든을 재밌게 한다. 지나간 세월이 같잖아서 재밌고, 어이없어 재밌다. 대부분은 인생의 의미를 찾..
20's 봄꽃 바이러스 -비초 Bcho- 바람이 휘이잉 불어온다. 꽃보라가 샤라라 락 휘날린다. 나뭇잎이 사사 사사 강아지가 몸을 털듯 부딪힌다. 잠포록 하던 햇살이 해거름에 넘어가려는 듯 꽃샘바람이 초록잎 큰 파도로 불어온다. 색색이 꽃구름이 하늘을 수놓는다. 더없이 애잔한 봄. 시샘 바람이 거세게 여울진 빈 길거리. 사박스런 코로나 이 눔 시키! [생각 서랍] - 빈 수레가 요란하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 -비초 Bcho- 짐이 가득 실린 수레는 조심히, 천천히, 묵직함을 이끌고 가지만, 결국 타인들의 시선을 주목하고 신경을 곤두세우게 하는 것은 빈 수레의 시끄런 요란함이다. 여러 대의 빈수레가 요란하게 떠들면.. cbcho.tistory.com
빈 수레가 요란하다 -비초 Bcho- 짐이 가득 실린 수레는 조심히, 천천히, 묵직함을 이끌고 가지만, 결국 타인들의 시선을 주목하고 신경을 곤두세우게 하는 것은 빈 수레의 시끄런 요란함이다. 여러 대의 빈수레가 요란하게 떠들면 어떤 짐이 실린지도 모른 채 시야에서 멀어지는 수레가 있다. 빈 수레는 더욱 요란하기 위해 수레를 더 치밀하게 개조한다. 오죽 싣을것이 없으니 저리도 요란한가, 측은함을 자아내기도 하고, 대체 왜 저러는가, 관심을 유발하기도 하고, 수레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걱정을 불러오기도 한다. 짐이 가득 실린 수레가 돌뿌리에 걸려 덜컹하는 순간, 얼씨구 그렇게 밖에 못 끌 거면 짐보따리 다 내려놔라 성화다. 하지만 가던 길을 갈 뿐. 요란함에 예민해진 사람들은 돌뿌리를 미리 치우면서 끌지 않는 묵직한 수레..
사포나라의 성냥개비 -비초 Bcho- 까칠한 그 사람은 언제고 다가와 따갑게 너를 건드려. 넌 또 얼마나 민감한지 온몸의 피가 정수리로 도달해 벌건 불티를 얼굴에 흩뿌리고 푸쉬쉭 꺼지곤 해. 너는 불티로 반응하지만 불꽃을 터뜨리지 않아서 건드리기 매우 수월한 상대지.어차피 까칠한 사포한테 덤벼봤자 한번 불타오르고 쪼그라드는 소모성에 불과하단 생각에 스스로를 다독여. 더이상 긁히지 않을 때까지 긁어댈 준비를 하자. 씨게부딪히면 너만 부러져. 그러면 또 불꽃을 틔우려다 콧김만 씩씩대는 분홍 가습기 같아 보이겠지. 살살 요령있게 푸슉 불꽃만 보여줬다가 꺼뜨려.긁다 긁다 까칠한 표면이 하얗게 문드러질 때까지, 건드리려 올 때마다 장단 맞춰 같이 긁어. 까칠까칠 까실까실 가슬가슬 계속 계속 점화된 불길은 잠시 동안 사람들을 넋 놓게..
탓하는 대화 -비초 Bcho- 나는 사과했다? 네가 받아주지 않은 거지 왜 그랬어 넌 정말 왜 항상 그러는 거야 내가 얼마나 바보같이 보였겠어 왜 이리 남 눈치를 확대해서 봐?그러니까 사과하잖아 왜 나한테만 이렇게 엄한 건데? 네맘 편하려고 하는 사과 거울이나 보면서 해 내가 지금 어떨지 모르겠어? 내가 그것까지 알아야 돼? 네 속이 좁은 걸 양심도 지능이래 양심이 없어서 뻔뻔한 거나지능이 낮아서 상대방 마음도 못 헤아리는 거나 둘 중 뭐더라도 똑같아 그래서 사과했잖아 내가 뭘 더 해야 되는데 내가 뭘 그렇게 큰 잘못을 한 건데! 그래 넌 늘 그렇지 나를 항상 무시해 네가 정말 내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면 내가 화해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겠지 강요하지 않았을 거야 어떻게 그렇게 하고도 이렇게 뻔뻔한 거니 그냥 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