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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둔 맘 공허한 잔소리/공허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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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일기 -비초 Bcho- 겨울 바다로 향하는 아빠의 차 뒷좌석에 앉은 나는 복슬복슬한 털 코트를 입고 있었다. 구불구불 산길을 지나다 갑자기 어린것의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낭떠러지로 차가 구르면 어쩌지? 옆 차선에서 커브를 돌다 우릴 못 보면! 차가 우리한테 돌진하면 어쩌지? 하는 고민에 빠졌다. 나는 복슬거리는 코트를 팡팡 두들기다 푹신해서 웬만하면 죽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만약 사고가 나면 앞좌석으로 몸을 날려 엄마를 꼭 안아줘야지. 아빠는... 튼튼하니까 괜찮을 거야. 아니면 둘 다 안아줘야지. 나만 푹신한 코트를 입었으니까. 나는 엄마 아빠보다 빠르니까. 사랑은 이런 거니까. 내 목숨을 바칠 수 있어. 그때의 나는 목숨을 희생해도 아깝지 않은 것이 사랑이라 믿었다. 조금 더 자라 순정만화에..
타인에게서 나와야 좋은 말들 -비초 Bcho- 최선을 다하겠단 말 열심히 하겠단 말 더욱 노력하겠단 말보다 그냥 해오던 것들이 최선을 다했고, 열심히 했고, 노력했다 라는 다른 사람의 말들로 돌아오는 게 좋아. 고민하고 좌절하고 다짐하고 비교하고 점검하고 확신하고 따라도 해 보고 물어보고 찾아보고 저질러도 봤던..., 이 모든 과정들이 그 말들을 있게 해. 이제껏 해오던 것을 파도 속으로 갈아버리고, 영혼도 없는 말 뿐인 각오를 내뱉게 하는 사람에게 너의 가치를 평가받았다는 착각은 하지 않기를. 나에게 들려주는 말이 아닌 타인에게 들려줘야 하는 말들은, 나에게서 나오는 말이 아닌 타인에게서 나와야 좋을 말들. 넌 늘 최선을 다 했어. 죽도록 열심히 했어. 넘치도록 노력했어. 정말 잘해왔어. 너의 그런 모습이 너무 좋아. 잘 견뎌왔어..
[공허한] 신기루 -비초 Bcho- 너의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해 주려는 이들에 둘러싸여 괜찮냐는 말들이 네 어깨를 감싸 쥐는데, 어째서 너는 먼발치에 시선을 던지고 있었을까. 사실 그때의 난 아무렇지 않았고, 아무 생각이 없었다.그저 다가오는 위로들을 물리치지 않았고, 당장의 쓸쓸함이 싫어 기대었지만 쓸쓸함은 어째선지 가시질 않았다.내 곁에서 날 위로하던 이들의 소리도 전혀 기억에 남질 않는다. 그럼, 너를 위로하고 공감하던 그 순간들은 누구를 위한 순간이었나. 때때로 사람들은 내 아픔을 너에게 위로한다. [어둔 맘 공허한 잔소리/대화] - 짧은 공백[어둔 맘 공허한 잔소리/방황] - [어둔맘] 이 글은 알맹이를 감싼 포장지
[공허한] 편견에 대한 일기 -비초 Bcho- 어릴 적 동네 끝자락 전파사 가게 뒤편에 비가 오던 날이었다. 전파사 뒷문 앞에 있던 하수구 조금 옆에 아주 작은 생쥐 한 마리가 오들오들 떨면서 비를 맞고 있었다.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도록 눈도 피하지 않고 나를 보고 있었다. 내 어린 새끼손톱보다 작은 앞발을 떨면서 그렇게 나를 보고 있었다. 어린것이 왜 이리 생각이 많았을까. 집에 데려와 키울 생각도 하다가 쥐는 병균이 많아 만지면 안 돼. 번식력이 좋아서 엄청 엄청 불어날 거야. 이미 엄마한테 어떻게 혼날지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살짝 무릎을 굽혀 고개를 숙이고 그 작은 생쥐와 눈을 몇 초간 마주치다 그렇게 지나쳤다. 몇십 년도 훌쩍 지난 일인데 아직도 그 생쥐가 떠올라. 난 왜 도와주지 못했을까. 내가 손해 ..
[공허한] 까만 밤 홀로 빛나는 별 -비초 Bcho- 나는 까만 밤하늘에 홀로 떠있는 작은 별이야. 계속해서 나를 반짝이지만 너는 환한 별무리들을 바라보느라 나를 좀처럼 보지 못하지. 그런데 가끔 내게로 눈을 돌려, 허하고 고되었던 맘을 안고 고요하게 바라보다 가곤 해. 하지만 곧 너의 눈동자는 환한 별무리로 가득 차. 네 시선이 머물렀던 곳의 주위가 잠시 동안은 더 까매지겠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나를 반짝여. 네가 나에게로 한 발짝씩 더 가까워진다면, 그래서 바라보기보다 자세히 나를 보게 된다면, 내가 얼마나 멀리서부터 너에게 반짝이고 있는지 알게 될 텐데. 내가 사실은 엄청 큰 별이란 걸 알게 될 텐데. 나는 까만 밤하늘을 혼자 밝히는 별이야. 언젠가 네가 나에게 와 닿게 되는 날, 내 큰 별을 꼼꼼히 소개해 주고 싶어. 그래서 나를 ..
[공허한] 자연스러운게 좋아 -비초 Bcho- 자연스러운 게 좋아. 주어지는 것에 만족하며 살아. 꾸미는걸 안 좋아해. 그냥 그날의 나를 좋아해 줬으면 좋겠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괜찮은데,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해 꾸며야 하는 그 시간이 좀 불편하고 숨이 막혀. 루즈한 티셔츠를 입은 나를 좋아해 줬으면 좋겠어. 낡았지만 깨끗하게 닦은 내 신발이 예의로 받아지길. 조심스레 건네는 나의 이야기가 존중으로 전달되길. 유행하는 새 옷을 입지 않아도 단장할 수 있어. 그날의 내가 제일 편안하게 너를 대하고 싶은 거야. 자연스러운 게 좋아. 어쩌다 보니, 우연히, 어쩌면 등 떠밀리는 것도. 그렇게 되는 게 좋아.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게 좋아. [어둔 맘 공허한 잔소리/감정] - [어둔맘] 행복이 뭘까 오랜 물음의 단서
[공허한] 닫힌 마음을 여는 길 -비초 Bcho-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고 평온했었어. 어느 날, 해맑고 귀여운 아이가 다가와 나와 친해지고 싶어 했어. 그리고는 나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많이 질문하고 알아가더라. 나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어. 평온하던 시간들은 일렁일렁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의 생각들로 채워나갔지. 그동안 수동적이던 나를 벗어나고 싶어서 무심한 듯 그 아이에게 작은 선물을 줬어. 너무나 환하게 웃어주는 모습에 그동안의 고민들이 눈 녹듯 사라진 거야. 어느 순간엔 내가 있는 곳으로 고개를 밀어 넣고 들어오려고도 했어. 너무 놀라 안절부절못했지만 나에 대한 관심인 줄 알았어. 평온하고 잔잔했던 공간은 그 아이에게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저 멀리 보이지 않게 됐지. 난 큰 파도 같은 내 모습들을 보여주기도 하며 소통하고 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