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35)
불안정한 감정이 부풀어 오를때 -비초 Bcho- 가끔 아니면 자주, 가득 부푼 풍선처럼 감정의 여유를 조금도 찾아볼 수 없을 때가 있어. 모든 신경 레이더가 곤두서서 작은 진동에도 민감해진 상태. 스치듯 닿아도, 살짝만 건드려도, 살며시 두드려도 요란하게 빵 터져. 별것도 아닌 것에 바로 화가 나고, 웃는 게 힘들 정도로 한바탕 웃어야 되고, 가만있다가도 눈물이 주르르 흐를 때, 너 조차도 모르게 별일 아닌 줄 알았던 지나온 일들이 차곡차곡 모아지고 있던 거야. 그럼 그때에 너는 가득 부푼 풍선에 바람을 빼야 할 때야. 기간, 속도는 상관없어. 대신 몇 텀 정도를 빼야 해. 한 텀 정도 말랑해진 때를 제일 조심해. 안심하고 내뱉은 네 한 숨에 어이없게 터져버리거든. [어둔 맘 공허한 잔소리/쓸쓸함] - [공허한] 까만 밤에 홀로 빛나..
까만 밤 홀로 빛나는 별 -비초 Bcho- 나는 까만 밤하늘에 홀로 떠있는 작은 별이야. 계속해서 나를 반짝이지만 너는 환한 별무리들을 바라보느라 나를 좀처럼 보지 못하지. 그런데 가끔 내게로 눈을 돌려, 허하고 고되었던 맘을 안고 고요하게 바라보다 가곤 해. 하지만 곧 너의 눈동자는 환한 별무리로 가득 차. 네 시선이 머물렀던 곳의 주위가 잠시 동안은 더 까매지겠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나를 반짝여. 네가 나에게로 한 발짝씩 더 가까워진다면, 그래서 바라보기보다 자세히 나를 보게 된다면, 내가 얼마나 멀리서부터 너에게 반짝이고 있는지 알게 될 텐데. 내가 사실은 엄청 큰 별이란 걸 알게 될 텐데. 나는 까만 밤하늘을 혼자 밝히는 별이야. 언젠가 네가 나에게 와 닿게 되는 날, 내 큰 별을 꼼꼼히 소개해 주고 싶어. 그래서 나를 ..
신경을 건드리는 사람 -비초 Bcho- 끊임없이 떠오르는 불편한 생각들이 연료가 되어 드글데는 그것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항상 그 열기에 갇혀 살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찬물이 확 끼얹어지고 연료들은 순식간에 공중분해되었다. 머릿속이 차갑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 후에 나의 연료였던 잔해들이 누군가를 지목했다. 어이없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고작 너였다. 우습게도 정말 고작이었다. 네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더라. 매일을 신경을 긁었던 네가 한없이 작고 초라해보였다. 내가 아파하지 않아도 될 사람이었다. 몸이 가볍다는 말이 이렇게 들어맞는 날이 없었다. 열기에 갇혀 너와 있던 일들을 곱씹으며 나를 괴롭혀왔던, 잠이 사라졌던 그 많은 날들이 아까워졌다. 애초에 네 못된 말과 네 못난 표정의 이유를 나에게서 찾았던 게 어리석..
자연스러운게 좋아 -비초 Bcho- 자연스러운 게 좋아. 주어지는 것에 만족하며 살아. 꾸미는걸 안 좋아해. 그냥 그날의 나를 좋아해 줬으면 좋겠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괜찮은데,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해 꾸며야 하는 그 시간이 좀 불편하고 숨이 막혀. 루즈한 티셔츠를 입은 나를 좋아해 줬으면 좋겠어. 낡았지만 깨끗하게 닦은 내 신발이 예의로 받아지길. 조심스레 건네는 나의 이야기가 존중으로 전달되길. 유행하는 새 옷을 입지 않아도 단장할 수 있어. 그날의 내가 제일 편안하게 너를 대하고 싶은 거야. 자연스러운 게 좋아. 어쩌다 보니, 우연히, 어쩌면 등 떠밀리는 것도. 그렇게 되는 게 좋아.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게 좋아. [어둔 맘 공허한 잔소리/감정] - [어둔맘] 행복이 뭘까 오랜 물음의 단서
행복이 뭘까 오랜 물음의 단서 -비초 Bcho- 목마를 때 꿀꺽꿀꺽 물을 마신 후 나왔던 '아 행복해' 란말. 배 아플 때 화장실 가서 상쾌하게 쏟아낸 후 나왔던 '아 행복해' 란말. 춥고 고단 한때 전기장판 켜진 침대 속에 푹 파묻혀 나왔던 '아 행복해' 란말. 너무 기뻐서 너무 행복해라고 말했던 일들. 온몸에 긴장이 풀리고 잡념이 사라지던 순간 나오던 말들. 말로는 나왔지만 진짜 행복은 아니라고 부정했던 날들. 무의식은 언제나 내게 귀띔하고 있었어. 내가 인식한 행복이란 단어는 그런 거라고, 남들이 멋지게 정의 내린 행복에 시달리지 말라고. 너는 행복해? 요즘 행복해?라는 질문이 멍청해졌어. 행복은 소소하지도, 행복을 위해 결정해야 할 만큼의 대단위도 아니야. 공기처럼 그냥 일상에 행복이 있어. [어둔 맘 공허한 잔소리/대화] -..
대화속에 가시가 긴가민가 할 때 -비초 Bcho- 말에는 힘이 있어. 단어 한 개와 문장 한 줄로 사람을 속박하기도 해. 그러니까 어떤 말이든 조심스러워야 돼. 좋은 말을 고르고 골라. 상대방이 갇히지 않을 말. 대화하다 보면 의식 없이 툭 내뱉는 말 한마디에도 그 사람이 너를 바라보는 단어가 들어있어. 너와의 위치 관계를 발견하기도 하고, 너를 어떤 식으로 평가하고 있는지도 알게 해. 대화 속에서 너를 향해 어떤 단어들을 사용하는지 찾아봐. 혹여 좋은 말인 듯 어려운 말로 포장해서 가시를 숨긴데도 알 수 있는 정황이 많아. 널 바라보는 눈빛, 미묘한 근육의 움직임, 말하는 속도, 목소리톤, 숨 쉬는 속도와 양 등, 짧은 순간순간 너를 향한 정황들의 감정을 느껴봐. 처음에는 모나게 느껴졌던 분위기나 감정들이 지내다 보니 둥그러져, 잘못..
자기세상에 갇혀 남을 판단하는 사람 -비초 Bcho- 세상엔 이런 모습 저런 모습을 가진 여러 모습의 사람들이 있고, 너 역시 이런저런 모습들을 가진 사람이야. 그런데 누군가, "너는 원래 그런 사람이잖아." 역할을 입혀. 그 역할을 벗어나 다른 모습을 보여준데도 "너 답지 않아, 안 어울려." 너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놔. 네가 그 역할로 있길 원해. 마치 슈퍼에 비치된 구색 품처럼. 쥐어준 역할을 진열해 놓고 필요한 순간에 꺼내 쓰길 원해. 본인이 생각한 모습을 틀에 맞추고 너를 판단해. 네 얘기는 관심없어. 자기 판단이 옳다고 믿어. 역할을 쥐어주는 관계들은 만나지 마. 구색의 모습이 아니면 사라질 관계니까. [어둔 맘 공허한 잔소리/방황] - [잔소리] 원하는 것을 몰라 매일 밤을 샌다면
원하는 것을 몰라 매일 밤을 샌다면 -비초 Bcho- 네가 뭘 원하는지, 뭘 해야 할지 몰라서 앞이 캄캄할 때. 인생엔 몇 번의 기회가 찾아온다지. 너는 그 기회를 놓칠까 매일 불안해, 어떤 것이 기회일지 매일 의심해, 네 선택이 머피의 법칙이 될까 두려워 선택을 주저해. 이 세상 사람이 몇십억 명이라, 사람마다의 기로가 수억 가지 일거라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몇 개 되지 않아. 너도 모르는 무한한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길이야 아주 많겠지. 그렇지만 네가 지금 갈 수 있고, 할 수 있는 길은 몇 개 되지 않아. 그걸 선택하는 방법은 두 가지면 충분해. 예. 아니오. 네가 서있는 길 위에서 이 길은 할 수 있다, 없다를 생각해봐. '참'일지 '거짓'일지는 덮어놔. 선택하기 버겁다면 그냥 내려놔. 다시 방황해. 이미 선택이 버겁다는 걸 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