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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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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함부로 대하지 마 -비초 Bcho- 뭔가 따끔하는 느낌에 팔을 올려봤어. 어디에 긁혔는지 손에 기다란 상처가 생겼더라. 가만 놔두면 저절로 아물겠지, 하고 별일 아닌 듯 놔뒀어. 눈치 못 챘을 땐 모르겠더니 계속 쓰라리고 욱신거려.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여줬어야 했는데, 그럴 필요조차 느껴지지 않았어. 누군가 깨진 유리에 손가락이 베여서 피가 났어. 다가가 괜찮냐며 손가락을 심장보다 위로 들라고 하고 연고와 밴드를 가져다줬어. 이대로 두면 상처를 계속 건드릴 거고 더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얘기하는데 내 팔을 유심히 보고 있더라. 그 사람이 이렇게 큰 상처를 왜 그냥 놔두고 있냐고 묻길래, 나는 이런 거에 익숙해서 괜찮다고 너스레를 떨었어. 그랬더니 그 사람이 날 빤히 보다 이렇게 말했어. 상처는 날 때마다 아파. 그러니까..
자연스러운게 좋아 -비초 Bcho- 자연스러운 게 좋아. 주어지는 것에 만족하며 살아. 꾸미는걸 안 좋아해. 그냥 그날의 나를 좋아해 줬으면 좋겠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괜찮은데,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해 꾸며야 하는 그 시간이 좀 불편하고 숨이 막혀. 루즈한 티셔츠를 입은 나를 좋아해 줬으면 좋겠어. 낡았지만 깨끗하게 닦은 내 신발이 예의로 받아지길. 조심스레 건네는 나의 이야기가 존중으로 전달되길. 유행하는 새 옷을 입지 않아도 단장할 수 있어. 그날의 내가 제일 편안하게 너를 대하고 싶은 거야. 자연스러운 게 좋아. 어쩌다 보니, 우연히, 어쩌면 등 떠밀리는 것도. 그렇게 되는 게 좋아.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게 좋아. [어둔 맘 공허한 잔소리/감정] - [어둔맘] 행복이 뭘까 오랜 물음의 단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