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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유연한 지점 -비초 Bcho- 못 본 척 지나가던 일들이었는데 안 본 척 참아지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부터 너도 모르게 쌓이기 시작해. 어설프게 아닌 척 흉내 내는 건 오래가지 않아. 참는다는 건 언제고 터져 나와. 누군가 툭 치며 널 부르는데, 언제는 그냥 돌아보게 되던 게 갑자기 짜증이 나더니 화가 나기도 해. 그러다 또 아무렇지 않아 져. 유연하게 유지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 너도 모르게 변해가는 감정의 기복을 알 수 있는 지점들이 있어. 어느 날 그냥 지나치다 참아온 일들이 하루 종일 신경이 쓰이기 시작하면 그 지점이야. 그 지점 이상 가면 통제가 잘 안돼. 갑자기 뭔가를 깨뜨리거나 부숴뜨리면, 오늘은 잘 되던 일도 안 풀리는 날인가 보다 하면서, 그날은 무조건 집에 일찍 들어가야 하는 날이라고들해. 감정도 ..
신기루 -비초 Bcho- 너의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해 주려는 이들에 둘러싸여 괜찮냐는 말들이 네 어깨를 감싸 쥐는데, 어째서 너는 먼발치에 시선을 던지고 있었을까. 사실 그때의 난 아무렇지 않았고,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저 다가오는 위로들을 물리치지 않았고, 당장의 쓸쓸함이 싫어 기대었지만 쓸쓸함은 어째선지 가시질 않았다. 내 곁에서 날 위로하던 이들의 소리도 전혀 기억에 남질 않는다. 그럼, 너를 위로하고 공감하던 그 순간들은 누구를 위한 순간이었나. 때때로 사람들은 내 아픔을 너에게 위로한다. [어둔 맘 공허한 잔소리/대화] - 짧은 공백 [어둔 맘 공허한 잔소리/방황] - [어둔맘] 이 글은 알맹이를 감싼 포장지
짧은 공백 -비초 Bcho- "아, 그렇구나." 라고 한 후 다른말이 나오기까지 늦어진다면, '아, 넌 그런 사람이구나' 알아가는 시간이 되거나,멈춰지는 관계가 되거나. [어둔 맘 공허한 잔소리/방황] - [어둔맘] 이 글은 알맹이를 감싼 포장지[어둔 맘 공허한 잔소리/인간관계] - [공허한] 편견에 대한 일기
이 글은 알맹이를 감싼 포장지 -비초 Bcho- 사람들은 그래. 모든 답은 네 안에 있어, 결국 열쇠는 네가 쥐고 있는 거야. 아무도 네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아. 그래서 너는 묻지. 그러니까요. 그걸 도대체 어떻게 찾는 건데요? 과정 좀 알려주세요. 지금 생각 하는 회로가 고장 났어요. 머릿속이 너무 암흑이에요. 그러면 사람들은 네게 포장한 상자를 내밀거야. 그러면 너는 묻지. 이 속의 알맹이는 뭔가요. 혹시 답을 포장해 오셨나요? 잠시나마 기대했던 네가 민망할 정도로 사람들은 포장지만 설명해. 알맹이를 묻고 있는데 번듯한 말들만 이어 붙여, 긍정과 밝음만이 너의 암흑을 끝낼 수 있데. 넌 기대와 후회를 반복하면서 철퍽, 철퍽, 또다시 기대를 찾아 너의 암흑을 벗어나고 싶어 해. 벗어나려 할수록 더 무겁게 들러붙어 방향도 모른채 점..
편견에 대한 일기 -비초 Bcho- 어릴 적 동네 끝자락 전파사 가게 뒤편에 비가 오던 날이었다. 전파사 뒷문 앞에 있던 하수구 조금 옆에 아주 작은 생쥐 한 마리가 오들오들 떨면서 비를 맞고 있었다.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도록 눈도 피하지 않고 나를 보고 있었다. 내 어린 새끼손톱보다 작은 앞발을 떨면서 그렇게 나를 보고 있었다. 어린것이 왜 이리 생각이 많았을까. 집에 데려와 키울 생각도 하다가 쥐는 병균이 많아 만지면 안 돼. 번식력이 좋아서 엄청 엄청 불어날 거야. 이미 엄마한테 어떻게 혼날지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살짝 무릎을 굽혀 고개를 숙이고 그 작은 생쥐와 눈을 몇 초간 마주치다 그렇게 지나쳤다. 몇십 년도 훌쩍 지난 일인데 아직도 그 생쥐가 떠올라. 난 왜 도와주지 못했을까. 내가 손해 ..
너를 함부로 대하지 마 -비초 Bcho- 뭔가 따끔하는 느낌에 팔을 올려봤어. 어디에 긁혔는지 손에 기다란 상처가 생겼더라. 가만 놔두면 저절로 아물겠지, 하고 별일 아닌 듯 놔뒀어. 눈치 못 챘을 땐 모르겠더니 계속 쓰라리고 욱신거려.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여줬어야 했는데, 그럴 필요조차 느껴지지 않았어. 누군가 깨진 유리에 손가락이 베여서 피가 났어. 다가가 괜찮냐며 손가락을 심장보다 위로 들라고 하고 연고와 밴드를 가져다줬어. 이대로 두면 상처를 계속 건드릴 거고 더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얘기하는데 내 팔을 유심히 보고 있더라. 그 사람이 이렇게 큰 상처를 왜 그냥 놔두고 있냐고 묻길래, 나는 이런 거에 익숙해서 괜찮다고 너스레를 떨었어. 그랬더니 그 사람이 날 빤히 보다 이렇게 말했어. 상처는 날 때마다 아파. 그러니까..
잘못 뀄던 단추로 기억하는 사람에게 -비초 Bcho- "이야, 너 좀 변했다? 너 원래 이런 애 아니잖아. 예전하고 너무 바뀌었는데?" "그래. 맞아 나 좀 변했지. 넌 어떻게, 여전하니?" [어둔 맘 공허한 잔소리/인간관계] - [어둔맘] 열매가 단단해 지는 과정
열매가 단단해 지는 과정 -비초 Bcho- 앞을 못 보는 이는 해를 모르고 눈부심을 모른다. 앞을 보는 이는 해를 보면 눈이 부시고, 앞을 보는 척하는 이는 해를 아는 척 눈부심을 연기한다. 모든 걸 알고 헤아린다 착각 하지만 아는 척의 연기는 곧 탄로 난다. 그들은 잔디 같이 강하고 질긴 생명력으로 어디에나 있지만, 간섭할 이가 없으면 말라죽어간다. 당신은 열매가 되어가는 중이다. 꽃망울이 열리고 활짝 피어나던 꽃은 점점 시들어 옹 그러 진다. 누군가는 오래도록 활짝 피지 못한 꽃이었음을 비난하면서 스스로를 상처 내고 곰팡이를 피게 할 것이다. 앞이 보이는 척하기 때문이다. 옹 그러진 꽃은 그 속에서 작은 결실을 맺어낸다. 그 결실이 점점 커지면, 저마다의 탐스러운 모양과 색을 가지며 모두가 탐내고 먹어보고 싶은 잘 익은 과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