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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둔 맘 공허한 잔소리/공허한 밤

사랑에 대한 일기


 

 
-비초 Bcho-


겨울 바다로 향하는 아빠의 차 뒷좌석에 앉은 나는 복슬복슬한 털 코트를 입고 있었다. 구불구불 산길을 지나다 갑자기 어린것의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낭떠러지로 차가 구르면 어쩌지? 옆 차선에서 커브를 돌다 우릴 못 보면! 차가 우리한테 돌진하면 어쩌지?
하는 고민에 빠졌다.
나는 복슬거리는 코트를 팡팡 두들기다 푹신해서 웬만하면 죽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만약 사고가 나면 앞좌석으로 몸을 날려 엄마를 꼭 안아줘야지. 아빠는... 튼튼하니까 괜찮을 거야. 아니면 둘 다 안아줘야지. 나만 푹신한 코트를 입었으니까. 나는 엄마 아빠보다 빠르니까. 사랑은 이런 거니까. 내 목숨을 바칠 수 있어.

그때의 나는 목숨을 희생해도 아깝지 않은 것이 사랑이라 믿었다.

조금 더 자라 순정만화에 푹 빠진 나는, 콩닥콩닥콩닥 등나무에 꽃이 매달리듯 그에게 내 심장이 콩닥콩닥 맺히고 발그레한 감정이 점점점 고조되서 화아악 불타올라야 마침내 사랑이 된다고 믿었다.
좋아하는 감정이 깊어지고 진해 질 때 사랑으로 발전하고 그러다 결혼하는 게 세상의 순리인 줄 알았다.

 

머리가 좀 더 커지고 꽤나 똑똑해진 성인이라 착각했던 나는, 사랑에 목숨 거는 짓은 멍청한 구시대적 감성이라 여겼다.

그때의 사랑은 서로 주고 받으면서 나와 너가 연결되고 평등하게 가운데 하트가 생겨야 하는 상호관계였다.


이제껏 믿어왔던 사랑은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과 수단일 뿐 그래야만 완성되는 것이 사랑은 아니었다.
세상에 새겨진 수많은 '사랑이란' 문장을 읽어봐도 정확히 내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웠던 까닭이다.

이제 나는 그 대상이 사랑이라 믿는다.

더 큰 깨달음이 있기 전에 아마도 오래도록 변하지 않을 나의 답이다.

트의 모양은 내 심장보다 그 대상에 커다란 하트를 그린다.
그랬더니 사랑'해'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내 사랑. 내 사랑은 너야. 너를 사랑해. 그것을 사랑해.

 

 



[어둔 맘 공허한 잔소리/거북한 밤] - 어른은 갱신형이다

어른은 갱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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