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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둔 맘 공허한 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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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발휘하는 것에대한 일기 -비초 Bcho- 주어진 데로 사는 인생을 누군가는 수동적이고 노예근성이라 말했다. 선택을 두려워하고 시키는 데로 길들여진 것이라 했다. 좋지 않은 단어와 영향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것들에 만족하며 사는 것이 정말로 그러한가. 생각과 길은 모두 맹목적으로 같은 한 길을 가는 건가. 나는 복잡하게 얽혀있다. 여러 가지가 끼워 맞춰져서 이루어졌다. 나에게 반쪽만 쥐어줘도 만족한다. 그것이 공정한가 아닌가는 상관 없다. 오히려 기저에 '그정도'라도 '나는 자신 있다'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나는 나에게 흐르는데로 다가오는 모든 일들이 재밌다. 인생이란 말보다 세월이란 말이 재밌다. 세월은 모든 뭐든을 재밌게 한다. 지나간 세월이 같잖아서 재밌고, 어이없어 재밌다. 대부분은 인생의 의미를 찾..
사포나라의 성냥개비 -비초 Bcho- 까칠한 그 사람은 언제고 다가와 따갑게 너를 건드려. 넌 또 얼마나 민감한지 온몸의 피가 정수리로 도달해 벌건 불티를 얼굴에 흩뿌리고 푸쉬쉭 꺼지곤 해. 너는 불티로 반응하지만 불꽃을 터뜨리지 않아서 건드리기 매우 수월한 상대지.어차피 까칠한 사포한테 덤벼봤자 한번 불타오르고 쪼그라드는 소모성에 불과하단 생각에 스스로를 다독여. 더이상 긁히지 않을 때까지 긁어댈 준비를 하자. 씨게부딪히면 너만 부러져. 그러면 또 불꽃을 틔우려다 콧김만 씩씩대는 분홍 가습기 같아 보이겠지. 살살 요령있게 푸슉 불꽃만 보여줬다가 꺼뜨려.긁다 긁다 까칠한 표면이 하얗게 문드러질 때까지, 건드리려 올 때마다 장단 맞춰 같이 긁어. 까칠까칠 까실까실 가슬가슬 계속 계속 점화된 불길은 잠시 동안 사람들을 넋 놓게..
탓하는 대화 -비초 Bcho- 나는 사과했다? 네가 받아주지 않은 거지 왜 그랬어 넌 정말 왜 항상 그러는 거야 내가 얼마나 바보같이 보였겠어 왜 이리 남 눈치를 확대해서 봐?그러니까 사과하잖아 왜 나한테만 이렇게 엄한 건데? 네맘 편하려고 하는 사과 거울이나 보면서 해 내가 지금 어떨지 모르겠어? 내가 그것까지 알아야 돼? 네 속이 좁은 걸 양심도 지능이래 양심이 없어서 뻔뻔한 거나지능이 낮아서 상대방 마음도 못 헤아리는 거나 둘 중 뭐더라도 똑같아 그래서 사과했잖아 내가 뭘 더 해야 되는데 내가 뭘 그렇게 큰 잘못을 한 건데! 그래 넌 늘 그렇지 나를 항상 무시해 네가 정말 내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면 내가 화해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겠지 강요하지 않았을 거야 어떻게 그렇게 하고도 이렇게 뻔뻔한 거니 그냥 넌 ..
JINRO - 앞으로 나아갈 길 -비초 Bcho- 술은 지금 아픈 게 맞다고 표현하는 유일한 방법이 되기도 해. 오늘을 망념의 최면에 빠져들게 만들어. 그래야 내일이 평안해지니까. 사실 뭐든 할 수 있는데 도피하고 있다는 죄책감을 몽롱하게 만들어. 술이 없이 보내는 평범하고 맑은 하루가 상쾌함에 쓸쓸해져. 오늘을 살아버린 하루가 수치심으로 괴롭게 조여와. 다시 술에 잠겨. 목구멍 끝에서 턱턱 막혀도 억지로 털어 넣어. 제정신이 무서워 술을 마셔. 계속 도망갈 수 있도록. 술은 이유고, 술 마신 너를 결과가 되게 해.그렇게 하루하루를 갉아먹고 파헤쳐. 구렁텅이에서 바닥을 찍고 다시 일어선다지만, 그곳엔 끝이 없어서 바닥을 찍을 수 없어. 어디까지 왔을지 가늠이 안돼. 다시 돌아갈 길이 너무 멀까 봐 또다시 술을 찾아 망념의 최면을 걸어...
사랑에 대한 일기 -비초 Bcho- 겨울 바다로 향하는 아빠의 차 뒷좌석에 앉은 나는 복슬복슬한 털 코트를 입고 있었다. 구불구불 산길을 지나다 갑자기 어린것의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낭떠러지로 차가 구르면 어쩌지? 옆 차선에서 커브를 돌다 우릴 못 보면! 차가 우리한테 돌진하면 어쩌지? 하는 고민에 빠졌다. 나는 복슬거리는 코트를 팡팡 두들기다 푹신해서 웬만하면 죽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만약 사고가 나면 앞좌석으로 몸을 날려 엄마를 꼭 안아줘야지. 아빠는... 튼튼하니까 괜찮을 거야. 아니면 둘 다 안아줘야지. 나만 푹신한 코트를 입었으니까. 나는 엄마 아빠보다 빠르니까. 사랑은 이런 거니까. 내 목숨을 바칠 수 있어. 그때의 나는 목숨을 희생해도 아깝지 않은 것이 사랑이라 믿었다. 조금 더 자라 순정만화에..
어른은 갱신형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비초 Bcho- 푸른 모가 쑥쑥 자라 이삭 가지에 낟알들이 영글어꼭 푸른 청춘이 지식과 경험을 흡수해 스며들듯점점 성숙히 여물어 지혜가 되고 슬기가 쌓여. 깨달음과 깨우침이란 단어가 얼만 큼의 무게와 깊이인지 안다면, 세상을 조심스레 대해.겸손은 그렇게 배어나. 내가 모르는 분야를 많이 알아서 어른이 아니라 다양성의 넓음을 이해하고,경솔히 단정 짓지 않고, 쉬이 결론 내리지 않고, 반대되는 생각과 다른 시각들의 회로를 들여다보는 사람. 나이가 적다고 괄시하지 말아야 하고, 나이가 많다고 우러러볼 필요 없어. 짧은 경험에도 빠르게 습득하기도 하고, 아는 것의 그 이상은 없단 듯 평생을 아는 척하기도 해. 여지와 실제 열린 공간의 배움 길은 늘 갱신되고, 마음을 닫고 세상을 좁..
살아 -비초 Bcho- 내일이 없어도 상관없을 만큼 오늘을 살아 앞날을 걱정안하며 오늘을 살아 사실 오늘도 상관없어 그냥 살아 어디 아픈 곳이 없어도 만사가 귀찮아 그냥 무기력해 생각이 귀찮아 눈을 깜빡이는 것도 숨 쉬는 것도 귀찮아 여기는 어디지 나는 누구지 나는 왜 여기 있는 거지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가는데 내 있을 필요는 있기는 한가 눈을 감고 있으면 편해 엄마 뱃속 그 느낌인가 그럼 다시 그 자세로 웅크려 눈을 감아 걱정도 상관도 없다면서 오늘을 살아왔네 살았어 끝은 뭐지 끝낸다는 건 어떤 걸까 편할 거 같은데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살아야 하나 뭐 이렇게 귀찮게 되어있는 거지 그럼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면 되겠다 더 웅크리고 숨어야지 아무도 나를 모르게 나를 지워야지 살아가지 말아야지 ..
강호동님의 조언 -비초 Bcho- 어릴 땐 외모나 선입견으로 판단 않고 누구나 공평하게 대하는 게 옳다고 믿었습니다.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않는 건 갖춰야 할 자세지만, '공평'에 대해 선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예의로 꾸며낸 가식적인 모습들이 생각보다 길어지면 혼란스러웠습니다. 일할 때의 모습이나 친구들과의 모습들, 이건 내 모습이 맞나. 혼자 있을 때가 내 모습인가. 이런 상황도 공평하게 대하지 않아서 생기는 건가 하는 고민.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던 사람에게도,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도, 공평하게 대하다 우스운 꼴이 되어서야 조금씩 깨닫게 됩니다. "운동선수도 말이야. 상대에 따라 전략을 바꿔 경기해. 아무리 주특기가 뛰어나도 그걸 파악하고 오는 상대에게 똑같이 승부했다간 져.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