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어둔 맘 공허한 잔소리

건조한 날의 일기

반응형


비초(Bcho)


어느 해 11월

버스를 타고 고가도로 밑을 지날 때였다.
고가 사이사이 가을 햇뉘가 새어 앉아 시멘트 덩이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도로공사를 하는지 먼지 송이가 버스 밖을 감싸기 시작했고 그 시간을 방해받게 되었다.
먼지가 왜 저리도 떠다니는 건지, 왜 이리 떠다니게 만드는 건지, 약간의 언짢음을 갖고 변해가는 창밖 배경들을 바라보다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이 내가 본 그 해 첫눈이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의 상징이, 존재가 머릿속에 사라져있었다.
눈이 메마르는 지도 모르고 멍하게 밖을 보다 천천히 눈꺼풀을 깜빡였다. 실소가 딸꾹질처럼 흘러나왔다.
겨울의 문턱 그 즈음 날
나는 내 일상을 깨달았다.



반응형

'어둔 맘 공허한 잔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리지옥  (0) 2022.02.15
나를 발휘하는 것에대한 일기  (3) 2020.05.11
사포나라의 성냥개비  (61) 2020.03.19
탓하는 대화  (33) 2020.03.15
JINRO - 앞으로 나아갈 길  (37) 2020.03.12